보안/판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충돌[2011헌바106]

수달정보보호 2024. 8. 30. 07:39

1. 논쟁

▶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 들의 인격권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 및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반하거나 청구인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2. 내용

심판대상조항이라 함은 결국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 사회방위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과연 성범죄자 A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까?

 

범죄정보라 함은 민감정보에 속하는 개인정보다. 그리고 범죄정보의 경우, 특정 공무의 처리에 있어서는 민감정보로 보지 않는다.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민간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닌 국가에서 주도하는 것이며, 심지어 거기에 공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서 '장치'라 함은 아주 다양할 것이다. 신상정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이 아닌 제한적인 공개,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 교육 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성범죄자 A는 어떠한 형평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일반범죄자의 신상은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지만, 성범죄자의 신상은 공개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법에서 '형평성'을 따지는 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없다. 법에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이 들어가고, 행위의 불법성 정도, 입법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 모든 것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이 그럼 복잡하지만 완벽한 계산에 의한 결과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 다만, 여기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충분히 합당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범죄자의 신상을 지켜주면 이때 범죄자의 인권을 너무 지켜준다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형평성의 문제는 이제 제쳐두고,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갖는 효과에 대해 따져보도록 한다.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성범죄가 억제되거나, 사회 전반적으로 얻는 이득이 있을까? 여러 연구결과에서는 범죄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사실 그도 그럴 게, 공개한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사람이었다면, 애당초 성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흔히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유행어 중에 '우리와는 사고 방식이 다릅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대로인 것이다. 그렇기에 범죄 억제 효과가 미미한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다 이미 처벌을 받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신상정보 공개는 이중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반대로 이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낙인을 찍는다는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범죄자 A만 고통받으면 되는데, 범죄자 A의 가족과 그 주변인 및 이웃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웃의 경우, 성범죄자 A가 B 빌라에 산다는 것이 널리 알려질 경우, 부동산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사회가 얻는 실익이 지나치게 적으므로, 이것이 과연 정당하게 개인정보를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하나하나 요소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① 기본권의 제한 여부

성범죄자 A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 A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처참한 수준일 것이고, 그렇기에 일반적 인격권이 제한된다고 할 수 있다.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②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에게 경각심을 안기고, 유사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데에서 목적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물론, 언제나 무고한 시민만 피해본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범죄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경각심을 갖고 더욱 조심하게 되는 게 훨씬 낫다. 또한, 그런 예방적 효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조심하게 된다는 점 등이 신상정보 공개제도의 입법 당시 입법자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할 것이다.

 

③ 피해의 최소성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나 성폭력 범죄는 일단 발생하면 평생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회복이 어려운 사건이다. 따라서 사후처벌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전에 예방을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아이디어를 낸다고 한다면 예방을 하는 방안이 부지기수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예방'이다. 전문적인 교정 인력과 시설은 부족하며, 그것이 해결된다고 해서 예방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이르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제도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모든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점만 보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공개의 예외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범죄자가 마찬가지로 10대인 경우 그러하다. 그리고 상세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나이만 공개하며, 실제 거주지 및 거소지가 아닌 주민등록상 읍·면·동만 공개하는 등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공개기간에 있어서도 징역에 따라 기간을 나누어 제한하고 있다. 이런 모든 요소를 고려할 때,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피해의 최소성을 충분히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④ 법익의 균형성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현존하는 성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사회 공동체를 지키려는 인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일반인들이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충동으로부터 자신을 제어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는 물론, 전세계의 법치주의 국가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이것에 비하면 성폭력범죄자들의 인격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서 기재한 모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성범죄자들의 인격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