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화두 중 하나였던 양자 컴퓨팅에 대해 최근 몇 개월 동안 알아보았다. 뉴스도 찾아보고, 구글에서는 현재 어떤 과정에 있는지 알아보고, 강의로 접해보기도 하며 양자 컴퓨팅에 대해서 스몰톡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누군가는 초보자의 속단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내가 양자 컴퓨팅에 대해 느낀 결과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것이다.
'양자', '양자역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닌 힘이 매우 강력하다. 그러니까 소위 '있어 보인다'의 영역에서 엄청나다는 것이다. 잠깐 삼천포로 새서, '제로 트러스트' 같은 있어 보이는 단어들을 만드는 게 국가 정책에 있어서 참 중요한 일인데, 양자도 그에 속하는 영역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제로 트러스트도 적용한다고 하는 곳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별 거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책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는 수준일 뿐이면서 제로 트러스트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양자 컴퓨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실성이라는 점이다.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실질적으로 보안은 무의미해진다며, 모든 것이 탈탈 털린다며 위기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그게 실질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있다.
온도와 관련한 기술 및 금전적인 문제 같은 것들도 쌓여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양자 역학 자체를 이해하는 사람이 이 분야에 몇이나 되겠냐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수학이다. 컴퓨터 공학 및 보안 분야를 전공해서 박사까지 한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선형대수 등의 수학을 박사까지는 전공을 해야 건드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인재가 양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한 뒤 컴퓨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누가 개발을 할 것이고, 누가 검증을 할 것이고,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인재의 보고라는 미국에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니, 국내에서는 더 말을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에 관해 KISA를 비롯한 국내 자료들도 살펴보았는데, 보고 느낀 소감은 이렇다. 아 역시 이분들도 잘 모르시는 구나. 감히 내가 KISA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양자 기술의 전문가 자체가 국내에 몇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SHA-256 이상을 써야 한다는 말 정도만 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실 구글은 돈이 워낙 많으니까 뜬구름 잡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여력이 있고, 나는 양자 컴퓨팅도 그것의 일환이었다고 추측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나는 이것이 정말 기술적으로 자리잡는 것이 내 삶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양자 컴퓨팅보다 실질적으로 위협이 될 것이 있다면, AI 해킹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AI도 지나치게 거품이 껴있다는 생각은 있지만, 적어도 AI 해킹은 분명 현실적인 위협이 될 여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ML과 AI를 달성할 수 있는 나라는 아직 미국 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시기의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팅은 이제 하나의 재미난 소재 또는 학문적 영역으로 남겨두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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